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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London

런던살이_13일차

분명 매일 쓸 일은 없을 거라고, 나랑 무척 닮은 애한테 호언장담했는데

공교롭게도 자기 전에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 매일 쓰고 있다.

 

오늘은 머신러닝 수업이 있었다.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헤맨 것이 노트북의 부재 때문이라고 핑계대며,

잘 쓰지도 못하는 맥북을 이고지고 학교에 갔다.

같은 반 20대 학우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오늘 허리보호대도 차고 나갔다.

 

그러나 오늘 수업에서 노트북은 무쓸모였다.

 

이 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음에도, 직업정신 투철하게 열정 강의를 진행하시는 교수님 덕에 

눈 뜨고 나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강의 슬라이드에 대해 짝꿍과 토론해보라고 하신다.

금발의 구라파 학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열심히 설명하는데, 이 친구도 나만큼이나 수업에 집중을 못한 것 같다.

 

나의 백그라운드는 경영이라서, 이런게 참 어렵다고 했다.

그 친구는 경제 전공이고, 심지어 이번 학기에 전과를 했단다.

순간 마음이 놓였다.

 

수업에서 나를 처음 본거 같다고 하길래, 이번 학기부터 들어왔다고 설명해주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친구도 전과해서 이번주가 첫수업이었을텐데..

이 친구도 정신이 없나보다.

 

지난 학기에 배운거 다 까먹어서, 이 친구한테는 인공지능 수업이 처음이라고 거짓말했다.

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맞춰주고 싶은 의지가 있으니까, 주말에 까먹지 말고 복습해야겠다.

 


 

 

오늘은 꽤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교실에 들어가면서 나의 전매특허 어색한 표정으로 먼저 인사했는데, 잘 찍었나보다.

흠칫 놀라며 인사를 받아준 친구 P가 그 때부터 같은 전공친구들에게 한 명씩 다 소개해주고,

단톡방에도 초대해줬다. 기분이 좋아졌다.

 

분명 귀가길에 파스타 소스 하나만 사오겠다고 다짐했는데, 허리 보호대도 찬 김에 힘내서 파스타 소스 빼고 다 사왔다.

 

일희일비가 바로 나의 최대 단점인데, 그만큼 회복도 단순하다.

오늘은 꽤 안정적으로 보냈어!

 

오늘 사진을 한 장밖에 안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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