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런던에 도착한 H언니로부터 쇼디치에서 점심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부지런히 세탁기만 돌려두고 MBA 모임에 껴서 신나게 말을 배설하고 왔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S언니에게 남편은 잘 들어가셨냐 여쭈었는데, 언니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나도 덩달아 코가 나올 것 같았다.
영국은 해가 덜 들어서 예민한 사람은 빨리 우울감을 느낀다는데 그렇냐는 K의 질문에, 돌이켜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괜히 기분이 울적해져서 주저리 주저리 쓸데 없는 말을 많이 덧붙인 것 같아 미안했다.
고작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둡고 침침한 길을 돌아오며, 나의 우울감은 정말로 해가 없음에 기인한 것인지 돌이켜보았다.
빈 집에 돌아오고 나니, 나는 해가 들지 않아서 우울해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집에서 불을 켜지 않고 혼자 앉아서 쉴 때가 많아, 퇴근한 남편이 온 집안 등을 모조리 켜고 어둡지 않냐고 묻곤 했었다.
여기서 어떤 날은 하루에 5분 해가 비추기도 하고, 예보에는 없었지만 미스트 같은 비가 내리기도 한다.
나와 S언니는, 내가 해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몰랐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이야기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니다. 언니나 나나, 늘 붙어다니던 반려자와 생이별을 해서 괜히 울적한 것 같다.
남편들과 생이별을 한 여인들 + 싱글 K와 함께 런던에서 좋은 추억 쌓고 가자고 굳게 다짐했다.
이것만으로도 큰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남편도 볼 수 있는데, 너무 우울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염려할 수 있으니 맛있었던 점심 사진을 올려야겠다.
글은 우울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하루를 아주 크게 웃으며 보냈다. 정말로





잘 지내고 있어!
덧붙이기.
들어갈 때 맛있고 매웠던 커리는, 나갈 때도 무척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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