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온다더니, 아침 일찍부터 하늘이 지나치게 맑았다.
토요일 아침이라 청소하고 싶은데, 망설여졌다.
청소기가 Goblin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어마무시한 소리와 힘을 내기 때문이다.
에너지 낭비하지말라고 하기 전에, 저런 무시무시한 청소기가 필요없는 주택단지를 보급하는게 우선이 아닌가 싶지만...
나는 소수인 동양인이니까 블로그에만 적어야겠다.
드디어 영국살이에서 만날 수 밖에 없다는 Silverfish와 조우했다.
처음엔 이게 (서양)좀벌레인줄 모르고 까무라쳤다.
그러니까 이런 벌레가 덜 생길만한 주택구조가 우선적으로 필요한게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청소도 했고, silverfish 박멸 스프레이도 구석구석 뿌렸고, 이제 나만 씻으면 된다.
그러나 우선은 삼겹살을 먹어야겠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선 너무 무료한 저녁이면 맥주 한 캔씩 먹고 있다.
저녁 6시가 제일 재미없다.
바깥이 한밤이니까 나가고 싶지도 않고, 한국은 모든 이가 잠에 푹 빠져있는 새벽 3시이라 그런가,
아직 너무 적적하다.
오이스터 카드가 드디어 도착했다.
3개월 정기권을 끊기전에 생각해봤는데
실제로 쓰는 것보다 싼지 전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그냥 카드 발급비 20파운드만 날린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투덜거리다 못해 사고를 쳤다.
한국 삼겹살에 비하면 기름기가 정말 1도 없어서, 말 그대로 근육돼지의 식스팩일 것 같은 pork belly를 사왔다.
자랄 땐 한국 돼지들보단 행복했겠지만, 말미는 동일하구나.
야심차게 후라이팬에 두 줄을 올렸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5분이 지나고 느낌이 나빠졌다.
팬에 두른 기름도 이미 다 날아갔고, 고기 자체에 기름이 없어서 타고 연기가 무척 많이 났다.
열이라도 식혀보려고 올리브유를 살짝 둘렀다.
연기가 어마무시하게 났다.
심장이 조리기 시작했다. 이쪽 나라의 연기 감지기는 아주 작동을 잘 한다고 들어서.
계속해서 연기 감지기 센서를 쳐다보며, 이 추운날 발코니 문을 활짝 열고 부채질을 시작했다.
방안이 연기로 자욱했다.
오늘은 울적한 기분이라도 날려본다고 볶음김치랑 맥주까지 같이 꺼내놓았는데, 망했다.
울적한 기분은 한식과 맥주가 아닌 연기가 날려버렸다.
사실 익은 것 같지도 않은데, 증거 인멸하려는 듯이 먹었다.
누가 찾아오면 "Me too ㅠㅠ " 하고 울상을 지어주어야하기 때문에, 또 이 집에 탄 삼겹살의 흔적이 없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기름기가 없어서 그런가 고기가 엄청 딱딱했다. 두껍게 자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이 나라 사람들은 pork belly를 먹을 자격이 없다.
손시리게 환기하면서 밥을 먹고 얼른 치웠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온집안에 페브리즈를 뿌려댔다.
생각해보니 삼겹살은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집에서 굽기 어렵다.
왜 생각을 못했을까.
남은 세 줄은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참 고민이다.
어렵다 참 타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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