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머무른지 4주차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의외의 물건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면 브리타 정수기.
필터 사용량이 일주일에 1칸씩 줄어들어서, 줄어들 때마다 "또 일주일이 지났네!"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한 칸씩 줄어들 때마다 문득문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주방세제.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고, 한국에선 남편과 식세기가 번갈아가며 설거지를 도맡아했기 때문에
주방세제가 줄어든 걸 알아볼 일이 없었다.
여기서는 식세기를 아무리 세척해도 사용하고 싶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요리도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손세척을 하고 있다.
주방세제가 이렇게 빨리 닳는 소모품인 줄은 알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시간이 이렇게나 흐르고 있다.
영국 유학올 때 꼭 들고와야할 물건👍
이렇게 어그로를 끌고 싶다.
한국에서 들고 온 것 중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바나나 케이스다.
쿠X에서 4개에 5천원 언저리 수준이다.
여기서 사려면? 아마존에서 저 플라스틱 쪼가리를 5파운드는 주고 사야한다.
필수템이라고 할 순 없고, 이런 것도 하나 있어야 일상이 소소하게 재밌을 것 같아 일부러 들고 왔다.
학교 쉬는 시간에 사과를 먹는 친구들이 많던데,
이 할미는 치아가 약하니까 바나나 케이스가 필수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스트렙실을 사먹었다.
밤중에 일어나보니 목도 칼칼하고 코도 아프다.
영국 집은 습하다는 소리에 남편이 이고지고 온 가습기를 모셔만 두고 있었는데,
우리집은 신축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건조한가보다.
등을 켜고 끌 때마다 꼭 플래시 마냥 스파크가 인다.
또 삼천포로 빠졌다.
각설하고, 한국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로, 한동안 특정 제품들은 일부러 구매하지 않고 있었다.
잘 먹다가 구매하지 않았던 제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흘러서 상관이 없을 수 있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그랬다.
사건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특정 약을 구매하려는데 약사분께서 무심코 모 브랜드 제품을 권해주셨다.
나는 이것 말고 다른 브랜드의 약으로 바꿔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위 두 문단을 삭제하겠다)
약사분은 당황하시면서 "아직도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있네요?" 라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 피해자모임을 대변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다른 제약사의 제품을 찾아주실 수 있냐 여쭈었던 것뿐이었다.
그 분도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 당황하여 그런 말을 덧붙이면서 어색한 공기를 채워보려고 했던 것 같다.
서로 겸연쩍어하며 안녕을 고했고, 그 약국은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딱히 그 사람과 껄끄러워서라기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잘 통하는 약사님을 찾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약상자를 비우는데 새로 채울 약 추천, 새로 나온 좋은 성분의 약 추천, 여행/출장 시마다 신박한 영양제 추천 등등)
물론 그 약사 선생님은 나를 띄엄띄엄 알기 때문에 아직도 내 직장을 잘못알고 계신다.
"어~ ㅋㅅㅋ 왔어요?"
너무 친절하게 인사하시기 때문에 아니어도 "네~" 하고 들어간다.
"땡땡파스 3박스 주세요~"
"4박스 가져가면 만원에 줄게요 콜?"
"콜"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도 안 쓰던 가계부를, 여기 와서 써봤다.이럴 시간이 없어야하는데, 숙제를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정착하는데 필요한 살림 꾸리느라 돈을 꽤 쓰긴 했다.
이제 충격요법을 받았으니, 과제를 해봐야겠다.
생각보다시간 참 잘간다.
호적메이트😈 오기 D-16
Coding test D-24
ML GCW1 D-28
RA GCW D-48
FI GCW D-52
반려자🐻 오기 D-62
우리집🏠 가기 D-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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