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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London

런던살이_3주차_목요일

이번주는 계획대로 가는 듯, 아닌 듯 하다.

 

예상하지 못한 폭우 때문에 학교에 몇 시간 갇혀있거나,

이제 곧 도착한다던 지하철이 순간 증발해버려서 귀가시간이 엄청나게 늦어진다거나,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범위의 이벤트들이 참 많이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너무 피곤해서 일기를 마음 속으로만 적고 기절해버렸다.

 

그동안 무얼 했냐면

 

1. 스시 사먹음

2. 코미디 + 셀린디옹 메들리 극 타이타닉을 봄

3. 비빔밥을 사먹음

4. 진솔한 이야기를 나눔

5. 학교를 열심히 다님

 

 

타이타닉 극은 거의 영화 타이타닉을 모독하는 수준의 코미디였다.

19금 29금을 넘나드는 개그로 인해 웃으면서도 이해한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옆자리 남자는 와인을 마시다가 뿜었다. 아니 뱉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식당가. 다음에 꼭 도전!

 

가성비 좋은 스시랬는데, "런던치고" 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 Moshi Moshi Sushi

 

 

혼잡한 기차역, 극내향인은 보기만 해도 멀미난다.

 

소호에서 발견한 국위선양 지수

 

잘 보면, 셀린 디옹 역할 언니 눈의 뒤집어져있다. 스포일러다.

 

화려했던 극장가

 

집에 오는 길에 돌아본 정박지

 

집 앞 백조 떼

 

 

구름 한 점 없던 날, 이런 날이 훨씬 춥다

 

단촐한 스타벅스 매장, 오히려 좋아

 

 

 

BiBimBap 주세요

 

 

실은 어제는 뭐했고, 오늘은 뭐했고 기록하는 것보다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눈 이 며칠을 마음 속으로 회고하고 있다.

아무리 방문자가 없는 블로그라지만, 사람들과 나눈 마음 속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적을 순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만 일기를 쓰고 있다.

 

타향에서 있다는 것은 고향에서보다 사람을 훨씬 쉽게 진솔해지게 만든다.

이방인이 되었다는 고립감 속에서 같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끼리 대화한다는 것이 너무 귀하고 반갑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일 저런 일을 시시콜콜 적기보다는 

이야깃 속 지난날의 나를 기록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20대의 나는 참 궁금한게 많았다. 특히 10년 뒤 내 모습이 가장 궁금했다.

이만큼 마음이 아프고, 이만큼 열심히 하면, 10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데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마도 꿈에 그리는 것만큼 잘될 거라는 확신이 없고, 잘못됐을 경우에 대해서는 그리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10년 전의 나에게, 어떤 답을 해주고 싶냐면,

20대에 꿈꿨던 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게 걱정하던 것만큼 잘 안된 것도 아니고,

열심히 버텨준 만큼 여기까지 왔어.

 

 

물론 20대인 나는 그런 대답을 듣고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대답을 들을 더 어린 내가 지금 여기에 없어 조금은 다행이다.

그리고 30대인 나에게 또 말해주고 싶다.

 

아직 잘하고 있어!

 

 

40대가 되면 이런 나날이 또 시리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추억이 되어있겠지.

 

 

그리고 M&S 버터 쿠키는 너무 맛있지